시민운동을 넘어 시민혁신으로

“사회혁신(Social Innovation), 시민혁신(Civic Innovation)”. 실로 우리시대는 사회혁신과 시민혁신의 시대라 불릴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다양한 영역과 분야, 사람들이 사회혁신과 시민혁신에 대해 이야기하고 책을 쓰고 사회혁신과 연관된 활동과 프로젝트를 하고 있습니다. 사회혁신 및 시민혁신과 관련해서 저에게 큰 영감을 준책은 하버드대학교 케네디 스쿨의 스테판 골드스미스 교수가 쓴 “The Power of Social Innovation”이었습니다. 미국 사회의 예이긴 하지만 시민들의 아래로부터의 주도적이고 혁신적인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중요하게 언급하고 있는 개념은 ‘Ignite’와 ‘Civic Innovation & Civic Entrepreneurship’입니다. 소위 전문가들이 아닌 일상의 평범한 시민들이 주도하고, 아울러 소수의 사람들이 주도하는 변화와 혁신이 아닌 다수의 사람들이 참여하고 협력을 통해 변화를 창조해가는 방향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지난 10여 년 동안 국내와 해외에는 이러한 사회혁신과 시민혁신의 다양한 흐름들이 일정한 흐름을 갖고 지속되어왔던 것 같습니다.

국내적으로 보면, 2000년 4월 시민단체가 주도했던 낙천낙선 운동은 부패한 정치권에 경종을 울리고 혁신을 요구한 운동이었으며, 조직으로서 시민운동이 주도하고 일반 시민들은 투표장에서 유권자로서 시민행동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2002년 가을 진행된 효순이, 미순이 추모 촛불집회 역시 조직으로서 시민단체가 주도하고 일반 시민들은 단순 참여자였습니다.

조직으로서 시민운동이 주도하고 시민들이 참여하는 형태의 흐름에 작은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은 2004 새만금 살리기 3보1배 운동이었습니다. 큰 틀에서 보면 환경단체가 주도했다고 볼 수 있지만, 수경스님을 비롯한 개인으로서 시민운동가들의 헌신이 중요한 역할을 감당했으며, 이를 시민단체가 지원하고 일반 시민들이 참여하면서 사회적 큰 영향력을 미쳤던 운동이었습니다. 즉, 더 이상 조직으로서 시민단체가 아닌 열정과 헌신으로 충만한 개인들의 참여를 통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건이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2008년 봄. 미국산 소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가 시민들의 창발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통해 활성화되었습니다. 철저하게 일상의 시민들이 참여하고 행동했으며, 조직으로서 시민단체는 뒤늦게 참여하면서 서포트하는 역할을 감당하였습니다.

그리고 다른 맥락에서 2011년 가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조직으로서 정당정치에 뿌리를 두지 않았던 시민운동가 박원순변호사가 서울시장에 당선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정치적인 맥락에서 발생한 사건이었지만, 한국사회에 불어 닥친 시민혁신으로서 사회혁신의 큰 파도와 물결이 전통적인 조직운동으로서 정당정치를 압도했다는 점에서 조직으로서 시민운동에 불어 닥친 거대한 파도와 유사한 맥락에서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거대한 물결 속에서 위기감을 가진 조직으로서 시민운동은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도전과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한 그룹은 2007년 가을부터 제도화된 사회적 기업을 시작으로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 운동으로 발걸음을 내딛고 있으며, 다른 그룹은 마을공동체운동과 마을만들기 등을 통해 지역과 현장에 밀착된 풀뿌리 운동으로 경로를 선회 및 확장해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물론, 여전히 전통적인 의미에서 시민운동을 수행하고 있는 그룹도 있습니다.

시민운동을 넘어 시민혁신의 시대를 이해한다는 것은 조직으로서 시민운동이 위축되고 있다는 부정적인 접근보다는 시민들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시도와 흐름들이 사회변화와 발전을 위한 실천과 행동의 판을 넓혔다고 보는 긍정적인 접근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조직으로서 시민운동 역시 계속적인 발정과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일반 시민들의 혁신적인 흐름에는 어느 정도 뒤처지다보니, 확장된 거대한 사회변화의 맥락 속에서 상대적으로 작아진 것처럼 보일 뿐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시민운동을 넘어서 확대되고 있는 시민혁신을 위협으로 볼 것이 아니라, 어떻게 시민혁신이 더욱 창의적이고 혁신적이고 지속가능하고, 임팩트 있게 전개될 수 있도록 기여하고 도울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시민혁신을 전문적으로 서포트할 수 있는 조직과 운동이 활성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어쩌면, 일반 시민들은 조직으로서 시민단체에 그냥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거라고 할지라도 모릅니다. 그런 점에서 시민단체들의 자기혁신과 창의적인 변화는 더욱 절실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소셜이노베이션그룹은 한국사회의 시민운동과 사회혁신의 시대적 흐름과 이행기에 전통적인 시민운동을 넘어 시민혁신의 시대를 열어 가는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조직으로서 시민운동을 넘어 일상의 시민들이 즐겁고 쉽게 참여하고 행동하는 시민혁신의 새로운 흐름에 디딤돌이 되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마중물이 되고자 합니다.

시민혁신의 시대에는 이전까지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방식이 요구됩니다. 경로의존성에 매몰되지 않고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방법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함께 고민하고 소통하고 협력을 통해서 시민혁신의 시대를 열어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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