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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민주주의의 본질을 묻다’ (서울마을웹진 인터뷰.2018년11월21일.72호)

“마을민주주의의 시작은 본질에 대해 자기물음 하는 것”

양세진대표(소셜이노베이션그룹)

마을실천대학에는 어떤 분들이 강의를 맡고 있을까요? 마을민주주의 과정의 양세진 대표(소셜이노베이션그룹)와 마을문화기획 과정의 민경은 대표(여러가지연구소)를 만나, 마을실천대학에 대해, 그리고 마을실천대학에서 추구하는 앎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 봅니다.

플라톤과 루소부터 데리다, 하버마스와 푸코에 이르는 서양 철학사의 주요 인물들을 마을 활동가들 옆으로 호명해 본질, 공공성, 숙의적 공론장, 권력 작용, 환대, 차이, 행복이라는 7가지 주제에 대해 질문하고 토론한다. 2018년 마을실천대학 중점과정에서 가장 어렵다는 악명(?)을 듣고 있으나 그만큼 보람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마을민주주의’ 과정(10.10~ 11.21까지 7주차).
이 까다로운 과정을 맡은 이는 양세진 소셜이노베이션그룹 대표다. 스스로를 ‘활동가’ 혹은 ‘활동가를 돕는 활동가’라 부르는 양 대표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참여연대 등에서 시민운동 활동가로 10여 년 가까이 활동했으며, 2003년부터는 시민활동 리더십 역량 강화와 조직 비전 수립하는 일을 줄곧 해왔다. 또한 2012년에는 우리 사회 문제해결은 정부의 예산이나 제도나 기업의 자본이 아니라 시민참여와 집단적 협력의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비전을 실천하는 소셜이노베이션그룹을 만들어 활동 중이다.
그가 생각하는 마을민주주의 과정은 ‘마을민주주의가 무엇인가’라는 정의나 개념을 학습적으로 숙지하는 과정이 아니라, 마을활동가 스스로 ‘나에게 마을민주주의란 무엇인가?’와 같은 본질에 대한 자기물음을 던지는 과정이다. 그 과정을 통해 이미 ‘순수 내재적인 힘’을 갖고 있었던 마을활동가들이, 그 힘을 다시 회복하고 강화하여 주체로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조력자, 그것이 양세진 박사가 생각하는 ‘마을민주주의’ 과정의 상호작용이다.

Q 서울시마을공동체지원센터에서 마을실천대학을 만들고, 마을민주주의에 대해 강좌를 만들고 싶다는 요청을 받았을 때 어떠셨나요?

‘이런 고민을 하고 있구나’를 알고 반가웠습니다. 작은 지역 단위가 아닌, 천만도시 서울에서 그것도 마을공동체와 마을사업을 고민하는 서울시마을센터에서 일회성 특강이 아니라 7주차라는 긴 호흡으로 마을민주주의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을 던져 보자는 제안을 해주셨기 때문에 한편으로 감동을 느끼기도 했고요.

Q 일단 강좌의 첫인상은 ‘어렵겠다’였습니다(웃음). 어려운 현대 철학자의 이름들과 함께 7가지 키워드를 뽑으셨는데, 어떤 의도로 기획한 커리큘럼인지 궁금합니다.

일단, 어렵다는 건 맞는 것 같습니다. 스무 명으로 시작했던 참가자들이 마지막 회차를 앞두고 현저하게 줄었으니까요(웃음).
먼저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마을민주주의’입니다. 여기서 마을민주주의란 이른바 환경, 영유아 보육, 교통 등 마을의 이슈를 마을에서 민주적으로 풀어보자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전 민주주의가 곧 마을민주주의라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출발점이 곧 마을이라는 뜻이지요. 대한민국 헌법 1조 2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권력은 국민에게 나온다’는 말을 빌려 말하자면, 주권은 곧 마을에 있고, 권력이 마을에서 나오는 겁니다. 그런 마을민주주의의 관점에서 마을활동가들이 어떤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자신이 이미 갖고 있는 힘을 회복하고 강화하게 할까를 고민하다 보니 본질, 공공성, 숙의적 공론장, 권력 작용, 환대, 차이, 행복 같은 해당 키워드들이 나오게 됐고요. 역할 상 전 강의를 하겠지만, 참가자들과 상호적 열림의 관계로 만나고 싶었습니다. 그게 소통이죠. 그래서 함께 고민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키워드 위주로 뽑아냈고 끊임없이 자기물음을 하는 과정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Q 교육의 방식으로서 자기물음을 강조하고 계신데요. 자기물음이란 무엇인가요?

‘마을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마을에서 활동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주민들과 소통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런 본질에 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던지는 것이 곧 자기물음입니다. 그 물음은 절실해야 합니다. 관람자가 아니라 스스로가 그 의미와 가치를 자기화하는 과정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하는 강연을 열심히 듣는다고 자기물음을 잘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내가 하는 역할은 10% 정도일까요? 90%는 스스로에게 달린 거죠. 자기물음이란 예컨대 이런 겁니다. 잘 나가던 변호사 노무현이 고문당한 대학생을 만났고,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그는 분명히 자신에게 절실하게 물었을 겁니다. 그 답이 우리가 아는 실천으로 나온 것이겠죠. 자기 물음을 치열하게 해야만, 진정한 자기 삶의 주체가 되어 실천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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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본질에 대해 스스로 던지는 ‘자기물음’이라고 강조하는 양세진 박사.

Q 자기물음 다음에는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할까요?

‘자기물음’ 다음에는 ‘자기 글쓰기’가 필요합니다. 강연을 들으면 다 아는 것 같지만, 그건 내 것이 아닙니다. 자기 글쓰기를 통해 가치를 내 식대로 내면화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절실하고 치열한 자기물음이 자기 글쓰기를 거치고 나면 ‘자기 실천’으로 나아가게 되겠지요.

Q 현재 마을민주주의 강의에는 어떤 분들이 참여하여, 치열한 자기물음을 던지고 있나요?

마을 활동 2년차 이상 활동가들이 대상인데, 25개 자치구에서 마을 활동이라면 한가락 하는 분들이 다 모인 것 같아요. 서울시마을센터 직원부터 마을코디네이터, 중장년의 활동가와 청년활동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수업을 들으며 이런 얘길 하세요. “‘너는 왜 평소 (그냥 하는 법이 없이) 질문이 많고 고민하고 그러느냐?’라는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아서, 내가 문제가 있는 건가 힘들었는데 실은 내가 잘 살고 있는 것이었네요.”라고요.

Q 단순히 어떤 가치나 개념을 익히는 것만이 아닌, 깨우침에서 오는 힐링의 순간들이 있나 봅니다. 이 수업과정을 통해 선생님 또한 그런 경험을 하신 적이 있나요?

전 ‘공명하다’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요. 그런 공명의 기쁨을 느끼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존엄’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하면서 참가자들이 ‘내가 행정의 이른바 갑질에 무너지지 않고, 힘들지만 그래도 힘들지 않게 마을에서 일해 왔던 게 단지 뚝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자기 존엄이었구나.’ 깨닫는 걸 보면 공명의 기쁨을 느낍니다. 실제로 이런 일도 있었죠. 자신은 공무원에게 늘 순종적인 사람이었는데, 얼마 전 미팅을 할 때 ‘이건 아니지 않느냐?’고 역질문을 던졌더니, 그 공무원이 깜짝 놀라면서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었대요. 이 분은 자기물음을 던지면서, 상대방이 거부하든 말든 인정하든 말든 이미 자신이 갖고 있는 힘, 그 존엄을 되찾게 되신 거죠. 존엄은 중요한 개념입니다. 자존감의 차원이나 존중을 넘어서죠. 국어사전의 정의는 더 감동적입니다. ‘어떤 인물이나 지위 따위가 감히 범할 수 없는 높고 엄숙함’. 그게 존엄이라는 거예요. 저는 마을활동가들이 주민과 함께한다는 건, 자신들이 가진 전문성이나 열정, 지식으로 주민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주려고 하는 게 아니라, 주민 스스로가 이미 존엄한 존재임을 확인하고 힘 있게 살 수 있게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Q 그렇게 ‘앎’이 내 삶의 현장에서 ‘실천’으로 이어지는 것은 가장 바람직한 모습이겠죠. 하지만 그런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분들이 더 많지 않나요? 그래서 이런 교육을 듣겠다고 찾아오신 걸 테고요.

그런 질문이 실제로 있었어요. “말씀하신 거 다 안다. 나의 존엄을 지키고, 주민의 존엄을 지키며 일해야 한다는 거 아는데, 현장에서 그렇게 쉽게 되는 게 아니다. 행정의 지시를 따라야 하는 상황이 있고, 거기서 내 목소리를 강하게 내면 배제나 불이익을 당할 수 있는데 그걸 어떻게 하느냐?”라는 질문이죠. 어려운 질문입니다. 할 수 없는 이유는 두려움 때문이거든요. 두려움 때문에 침묵하고 부인하고 외면하게 되는데, 그렇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평생의 숙제죠. 그걸 7주 안에 다 해결할 수는 없는 게 너무나 당연하고요. 그래서 이런 마을민주주의 강좌 같은 교육이 꾸준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활동가들이 그런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주권적 주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계속 자기물음 하도록 옆에서 함께하는 과정이요.

Q 듣다 보니 궁금해집니다. 왜 어떤 사람은 자기물음을 통해 두려움을 극복하고 자기 실천으로 나아가고, 또 어떤 사람은 두려움에 순종하고 마는 걸까요?

저는 그 차이를 일면적 자기화, 다면적 자기화, 전면적 자기화라고 단계별로 설명하는데요. 일면적 자기화는 이것이 잘못된 걸 알았을 때, 상대방에 따라 아니라고 말하는 정도까지입니다.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면 ‘노’ 라고 말할 수 있지만, 상대에 따라 말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다면적 자기화는 잘못된 것을 보면 항의는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상대방이 권력으로 세게 누를 경우 수그러들고 말죠. 전면적 자기화는 상대방이 권력으로 눌러도 자기를 굳히지 않는 거죠. 위대한 거부를 할 수 있는 단계입니다. 이 단계까지 가기가 어렵습니다. 어쩌면 강의에 온 분들 중에 이럴 수 있어요. ‘민주주의를 우리가 모르나? 촛불시민이야, 우리가…. 그걸 무슨 7주차나 배우나’. 민주주의 개념, 이론 같은 지식은 하루면 될지 모르지만, 그것이 전면적 자기화 되어서 현장에서 느끼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실천하려면 자기물음을 전면적 자기화로 할 수 있는 숙성의 시간이 필요한 거죠.

Q “본질적인 캐물음, 좋다. 하지만 그것도 시간이 되고 형편이 되어야 하는 거지, 당장의 사업으로 바빠 죽겠는데 언제 그걸 하느냐”라고 말씀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요(웃음).

그럼 되묻고 싶어요. 본질을 묻지 않고 무슨 힘으로 활동하느냐고. ‘내가 이 일을 왜 하는지, 마을 일은 이렇게 하면 되는 건지’ 되묻지 않고 무슨 힘으로 일하실 수 있느냐고, 제가 몇 개의 독서모임과 학습모임을 하고 있어요. 사람들이 저한테 그럽니다. 좀 쉬운 책을 보면 안 되느냐고. 예를 들면 육아에 지친 주부라면, 쉬기 위해 쉬운 책을 읽어도 되겠죠. 하지만 전 활동가, 실천가들과 함께 하고 있거든요. 그런 분들이라면 자기물음, 자기 글쓰기, 자기실천을 하게 만드는 학습이 필요합니다. 자기물음이 답이 없는 추상적인 물음이라고 보는 분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꼭 답을 얻기 위해서 질문하는 것만도 아니거든요. 물음 자체가 나에게 굴욕적인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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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핵심은 활동가와 주민 모두 이미 갖고 있는 ‘순수 내재적 힘’을 회복하고 강화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양세진 박사.

Q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뉴스레터 독자분들을 위해 1시간짜리 특강을 해주신 느낌입니다(웃음). 마을실천대학이 이제 곧 종강인데, 관련하여 센터에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7주 동안 본질적인 물음을 해왔지만 빙산의 일각이고요. 이후에도 현장에서 계속 이런 본질에 대한 질문을 할 수 있는 장을 센터에서 만들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꼭 강의가 아니라 자기 글쓰기, 자기 실천이 가능한 정기적인 학습모임 같은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일하려면, 그 동력을 얻으려면 계속 공부하는 수밖에 없거든요. 삶을 내가 살듯이 공부도 자기가 해야 한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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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www.seoulmaeul.org/programs/user/board/webzin/webzin_read.asp?index_pageno=&idx=1006&cover_idx=&searchVal=&pageno=1&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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